영화

<영화 리뷰> 무사(武士)

마스콩 2022. 2. 25. 00:40
이 영화의 존재를 알게 된 순간부터

 

개봉까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유년시절의 저는 여느 남학생들 처럼 전쟁, 무술, 전투 등에 흥미를 가지고 있었기때문에, 당연히 해외에서도 유명한 ‘와호장룡’이라는 영화에 ‘장쯔이”를 비롯하여 국내의 내로라하는 배우들 (정우성, 안성기, 주진모 등)이 출연하는, 김성수 감독의 액션영화 "무사(武士)"를 목이 빠지게 기다릴 수 밖에 업었습니다.

지금은 SNS등의 마케팅을 활용하는 영화 홍보가 많아졌지만, 당시만하더라도 웹사이트를 개설하여 영화의 시놉시스나 스틸사진, 음악(음악을 들을 수 있던 부분은 꽤 좋았습니다.)을 제공하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영화에 대한 기대와는 다르게 당시 시험기간이라 개봉 후에도 영화를 관람하지 못했습니다. 시험이 끝나서도 영화관을 혼자 방문하여 좋아하는 영화를 보고 올 정도의 배짱을 가진 중학교 2학년생도 아니었기 때문에 그냥 그렇게 ‘비디오가 나오길 기다려야하나’라는 생각이 들 때 즈음, 구세주가 나타났죠. 당시 대학생이였던 사촌형을 졸라 추석 연휴에 영화를 볼 수 있었습니다. 흥행성적을 대변하듯 영화관은 거의 텅텅 비어있었고, 덕분에 쾌적한(조용하고 시각적 간섭 없이) 환경에서 영화를 볼 수 있었지요.

다시 이 영화를 접하게된 계기는 온라인 DVD 중고 매장이였는데요. 블루레이판이 나왔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뒤져 봤지만, 아쉽게도 블루레이판은 나오지 않았더군요. 나중에라도 리마스터링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시대적 배경

 

은 1375년으로, 명나라 사신이 고려의 무장인 김의에 의해서 살해된 명사 살해사건이 일어난지 1년지 지났을 때였습니다. 이 사건은 원나라와의 화친으로 권력을 얻고 재산을 축적했던 세력이 배후에 있었던 것으로 보여집니다. 고려 조정은 이후에 명나라와의 관계 수습을 위하여 여러번의 사신을 파견하여야 했던 것으로 보이며, 실제로 명나라는 고려의 사신을 가두는 사건도 일어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1995) 그때는 지금과 같이 정보의 접근이 쉽지 않아(너무 많아 탈이지만) 명나라가 중원을 통일해 북원세력을 완벽하게 몰아낼것이라고 예측하기는 어려울 것이었습니다. 때문에 고려에서도 명나라와 화친 할지 원나라를 계속 따를지 하는 내부적 갈등을 겪어야 했을 것으로 보이며, 그 산물이 명사살해사건이라고 생각됩니다.

영화 ‘무사’는 이러한 국제 관계와 고려 사신에게 일어난 감금 사건에 착안하여 내용을 전개해나갑니다.

 

 

글래디에이터(Gladiatior)

라는 영화가 이 영화의 개봉 1년전에 개봉했습니다. 각국의 영화계 기준으로 큰 스케일, 장르적 유사성(시대극, 액션) 때문에 당시 무사는 헐리우드 영화 '글래디에이터와'자주 비교가 되곤 했습니다. 두 영화 모두 좋은 영화라고 생각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영화 '무사'에 더 우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막시무스 보다 잘 싸운다고!

당시 비평가의 평가는 '영화의 플롯 구성이 엉성하다'라던지 '캐릭터가 평면적'이라는 의견이 많았던 기억이있습니다. 캐릭터가 입체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이야기에 역동성을 실어주지 못했다고는 생각이되지만, 플롯 구성에는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고려 사신단의 귀양, 원명 교체기의 혼란으로 인한 공주 납치, 한족 유민 등장, 최정 장군의 독단 등 여러 사건들이 일어나지만 그 자체는 모두 납득이 가능한 단순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딱히 개연성에 문제가 있다거나, 이야기가 관객들에게 혼란을 줄 정도는 아니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오히려 각각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매력이있어 영화를 보면서 생각할 포인트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당시 동아시아 국제 정세, 유학자와 승려의 대립, 신분제도, 군사조직 등등)

제가 앞서 남긴 이야기에 납득하지 않으시는 분들이 있더라도, 이 영화는 뛰어난 액션성을 가지고 있다는데에는 모두 동의 하실 겁니다. 당시 무협이라고 하면, 와이어에 매달려 중국이나 홍콩영화를 흉내내는 정도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이 영화는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무협이라는 수식어가 오히려 적합하지 않다는 느낌을 줍니다. 실제 전투에서 일어났을 법한 액션을 표방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물론 과장되어 있던 액션의 요소도 많습니다만 그것은 액션 영화의 조미료 같은 부분이며, 2001년 당시까지 가장 현실적인 액션을 보여줬던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헐리웃 영화감독인 올리버 스톤이 영화 '알랙산더' 촬영전 팀원들에게도 뛰어난 전투장면때문에 이영화를 권했다고 인터뷰 했을 정도입니다.(다음뉴스, 2006)

이 영화를 20번 넘게 보았던 팬으로서도 막을 수 없는 비판이 있다면, 그것은 몇몇 연기자들의 연기력입니다. 독단적인 장군 역할의 주진모 배우는 당시 두번째 영화 출연이였으며, 가장 복잡한 고뇌를 가지고 있던 인물을 소화해내지 못하고, 변화없는 (원래 캐릭터가 고집불통이였지만) 모습만을 보여줬습니다. 주인공인 정우성의 경우에도 딱히 액션이외는 보여준 것이 없는 것이 아쉬운점으로 남습니다.

반면 안정을 추구하는 인물인 진립을 연기하는 안성기 배우는 밸런스가 갖춰진 연기로써 이야기의 흐름을 온전하게 가져가는데 성공합니다. 제가 주목하고 싶었던 것은 장쯔이의 연기였는데요. 와호장룡에서 보여준 깜찍발랄하고 동적인 캐릭터와 다른, 정적이며 세밀한 감정연기를 매우 효과적으로 표현 했다고 느껴졌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무용을 배워왔고 액션영화에 출연하여 인기를 얻었던 인물이기 때문에 이러한 모습은 보기가 귀하다는 생각이듭니다.

박정학 배우는 이 영화를 통해서 데뷔한 배우입니다. 그전에는 연극 배우로 활동을 했었구요. 처음 영화를 보았을때 같이 봤던 사촌형과도 똑같이 생각했던 건데, 정말 과거에 무사라는 직업이 있다면 그 사람의 적임일거라고... '김복남살인사건의전말'의 인간말종 남편 등 다양한 스펙트럼의 연기를 보여주고 계시지요.

다소 건조하고 무거운 분위기를 살짝 밝혀주는 캐릭터가 있습니다. 바로 박용우 배우가 연기한 유쾌한 "역관 박주명"이 있습니다. 그는 전투중 위험을 피하기 위하 자는 척을 하거나, 마차를 호위해야하는 상황에도 자기보다 어린 청년에게 책임을 넘긴다거나 하는 비겁한 모습을 보이는 인물임에도, 유일하게 무리에서 유쾌한 농담을 던지는 등 극중에 활기를 불어넣는 감초가 되었습니다.

(그 외 모든것이 불만인 '도충'을 연기한 유해진 배우, 떠돌이 노인을 어머니 처럼 돌보는 따뜻한 마음씨를 지닌 '하일'을 연기한 정석용 배우 등의 연기를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영화 무사(武士) 글래디에이터(Gladiator)
개봉 년도 2001 2000
시대 로마(콤모두스 황제 통치기) 고려말(원명교체기)
개연성
상영시간 2시간 34 2시간 35
액션 사실감, 화려함, 투박함, 신선함 사실감, 무거움, 식상함
스케일
메인플롯 귀환 복수
감초캐릭터 등장여부 있음 없음
흥행 실패 성공

(서두에 언급했던 지극히 개인적인 비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을까요? 아직까지도 확실하지 않습니다. 여러가지 설들 중 가장 유명한 것은 ‘2001년 미국 쌍둥이 빌딩 테러로 인한 흉흉한 사회 분위기’ 입니다. 당시 사회적으로 가장 큰 사건이였던 것은 확실하나, 이후에도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사건들이 영화의 매출에 직접 큰 타격을 주었던 경우는 제 기억에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또 다른 이유로 많이 이야기되는 것이 ‘당시 무거운 사회적 분위기로 인하여 관객들이 ‘가볍고 웃긴 영화’를 찾았던 풍조가 있었다는 것이였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조폭 마누라’가 흥행에 성공 했던 것을 보면 꽤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요즘같은 시대에서야 인터넷이나 SNS를 통한 마케팅이 일반화되어있지만 당시 일반인들은 티비광고나 영화 소개 프로그램을 통해서 정보를 접했었는데 임팩트가 약했기 때문이라 조심스럽게 추측해봅니다. 영화의 최대 장점인 액션은 그야말로 감각의 영역이기 때문에 당시의 정적인 마케팅으로는 제대로 전달 되기에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블루레이(Blu-ray)로는

 

아마 영원히 나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어렸을 적 DVD 가게를 기웃 거리며 구경은 했으나, 결국 구입은 하지 않았습니다. 용돈을 아끼지 않고 구매했더라면, 수요에 반영되어 블루레이 출시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었을까요? 제가 좋아하는 영화가 다른 사람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지 못했기 때문에 더 좋은 화질이나 버젼으로 다시 접하지 못하는 것이 너무도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