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영화 리뷰> 스파이더맨 노 웨이홈(스포)

마스콩 2022. 1. 23. 02:10
기억(記憶)


이번 스파이더맨은 “기억”이라는 말과 관련이 많은 영화입니다. 스파이더맨이라는 캐릭터가 나오는 영화를 한번이라도 본사람이라면 향수를 불러일으켜 줄 영화입니다.
피터 파커라는 청년이 있습니다. 충분히 성장하기 전 자신의 아버지와 같은 사람을 잃고, 우연히 얻게된 자신의 힘을 남을 도와주는데 사용하지요.
그의 삶은 언제나 녹록치 않았습니다. 토비 맥과이어의 피터도, 앤드류 가필드의 피터도, 각자의 인생에서 고군 분투 했지요.
이번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스파이더맨에서 가장 생소했던 부분은 유쾌함이였습니다. 물론 토비맥과이어의 '스파이더맨'에서도, 앤드류 가필드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에서도 나름의 유머를? 발산하지만, 그들의 유쾌함 속에서는 어두움이 감추어져 있습니다. 그들의 사정을 알기 때문에 찌질한 개그에 비웃기 보다는, 짠하다고 느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스파이더맨의 모습은 제가 기억하는 스파이더맨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훨씬 젊고 (제가 상대적으로 나이가 들어서 그럴지도 모르지만) 활발한 모습이었습니다. 허리가 구부정하고 흰머리가 희끗한 메이 숙모의 모습은 아름답고 정열적인 젊은 여성으로 바뀌였죠. 새롭고 놀라웠기 때문에 이러한 변화에 대해서는 딱히 부정적인 느낌을 받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톰홀랜드의 스파이더맨은 '구김없는 명랑한 스파이더맨'이라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영화를 보셨거나, 정보를 조금 찾아보면 알 수 있듯이, 이 영화에는 언급했던 역대 스파이더맨 출연 배우 모두 출연합니다.

톰홀란드의 스파이더맨은 왜 불행해졌는가


영화를 본지 거의 한달이 되어가서, 내용은 자세히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만... 한번 더듬어 보겠습니다. (예고편을 한번더 보고 오겠습니다.)
피터는 전편인 "스파이더맨 파프롬 홈(Spider man far from home)"에서 미스테리오의 음모를 저지하고 토니스타크의 유산을 지켜내지만, 미스테리오는 죽어가면서도 환영을 이용해 전세계의 모든사람이 피터가 누군지를 알게하고, 누명을 씌우는 데 성공하죠.
때문에 피터와 그의 여자친구 엠제이는 그들의 일상을 위협받게됩니다. (어쩌면 요즘같은 세상에서 그처럼 주목을 받는다면 토비맥과이어의 피터의 곤궁과는 다른차원에서 고통스러울 것같습니다. 사생활 침해, SNS테러 같은것 때문에 말이죠)
"파프롬 홈"의 내용을 조금 되짚어보자면, 악당 미스테리오의 행동도 매우 큰 잘못이지만, 피터파커 본인의 욕심과 판단착오로 인하여 주변사람을 큰위험에 빠뜨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이번 영화, 노 웨이 홈(No way home) 역시 비슷한 맥락인데요. 자신때문에 논란에 휩싸인 친구들이 대학에서도 낙방하자 타노스가 지구를 덮쳤을때 만났던 마법사 닥터스트레인지를 찾아갑니다. 전세계의 자신을 알고 있는 모든이가 자신에 관한 기억을 모두 잊어줬으면 좋겠다고 부탁하게됩니다. 영화이기 때문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만 그에 대한 결과는 생각해보지 않은 걸까요.
닥터스트레인지는 그의 사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했기 때문에 선의로 도움을 주려하지만 생각많은 피터 파커는 조금씩 주문을 바꿔달라고 요구하고, 어처구니 없게도 이러한 방해 때문에 주문이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결국 이 주문으로 인해 다른세계의 피터파커를 아는 악당들이 등장하여(개연성에 대한 의심을 멈출수 없습니다) 질서를 파괴하기 시작합니다.
다른 마블영화와 마찬가지로 결국에는 위기를 극복하고 평화로운 일상을 회복합니다. 하지만 여기에 다른점이 하나 있습니다. 구김이 없을 것만 같던 우리의 친근한 이웃 스파이더맨(Friendly neighborhood spider man)은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을 사랑했던 사람들을 잃고 모든이들이 자신에 대한 기억 자체를 잃어버리게되는 결말을 맞이합니다.
앞서 언급했던 피터의 잘잘못을 떠나(개연성에 대한 의구심을 품게하는 이야기 구조 탓이라고 생각되지만) 피터에게 일어난 불행들은 이전 스파이더맨 작품에서 보았던 주인공(토비 맥과이어, 앤드류 가필드 扮)과는 달리, 비교적 밝고 쾌활했던 주인공(톰 홀랜드 扮)에게는 더욱 받아들이기 어려운 충격적인 상황이라고 생각이됩니다.
('뭐 5년전 죽었던 사람들을 다시 살려놓는 내용도 있는데 전세계적? 기억상실증 정도야'라고 생각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No way home 은 마블의 또 다른 크리스마스 선물


개연성 따위야 밥말아 먹어도 이 영화가 좋습니다. 중학생 시절 처음 봤던 토비 맥과이어의 스파이더맨, 20대 초반에 봤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좋아했던 영화의 주인공들이 하나의 주제로 다시 뭉쳐서 출연한다는 것만으로도 매우 즐거운 일이였기 때문이죠. (물론 과거의 스파이더맨에 출연했던 배우들의 적어진 머리숱을 보는 것은 안타깝습니다만.....)
축구로 말하자면, 우리팀에 옛날의 (배가 나온)호나우두와 베컴, 메시가 같이 모여 함께 뛰는 것을 보는 느낌이랄까요. '어린시절 보고 자랐던 역대 스파이더맨을 함께 출연시켜 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인사를 드리고 싶네요.

한편으로는 대부분의 마블영화가 비슷비슷한 느낌(화려한 CG와 빈 내용)이 들어 아쉽기는 했습니다. 볼거리도 많고 여러가지 곁가지의 내용도 많이 진행 (닥터스트레인지 속편 등을 위한) 된것 같지만, 생각해보면 그냥 피터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죽은 사람도 있으니.....), 세상은 스파이더맨을 잃었다라는 것이 이 영화의 결과로 보입니다.

한입 가지고 두말하는 것 같이 헷갈리실 수도 있을 것 같아 사족을 남기자면, 역대 스파이더맨 영화 시리즈를 좋아하셨던 분이라면 어떤 뜨거운 반가움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영화입니다. 하지만 마블시리즈에 친숙하지 않고, 이전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보지 않으셨던 분이라면 오히려 피하시는게 정신건강을 위해서(실제로 제 지인중에 한분은 매우 혼란스럽고 실망스러워 하시더라구요.) 좋을 것 같습니다.